어느 날 평소처럼 직장 근처 헬스장에서 운동하고 있었다.
PT 다 받고 유산소 운동도 다 했고 폼 롤러로 스트레칭하고 집 가면 되는 상황. 마지막 스트레칭 하려고 마사지 머신에 갔다. 그 때 어느 나이가 좀 들어보이는 아재가 사이클 기구의 녹을 긁어내는 여자 직원에게 말을 자꾸 걸고 있었다.
대략적인 내용은 어느 헬스장 손님인 아재가 “녹 없애는 방법으로 무엇무엇이 있고 기기를 윤활하는 도구가 무엇 무엇이 있는데 그게 이 헬스장에 있지 않냐”고 묻는 상황. 여자 직원은 전근한지 얼마 안되서 그것까지는 모르는 것 같아보였다.(이 헬스장의 직원이 싹다 물갈이되어서 내가 수업 받는 트레이너가 졸지에 지금 헬스장 지점에서 오래 일한 상황.) 그런데 여자직원분은 대략 “아 그렇군요”,”감사합니다.”,”어 그런거 있는건 알겠는데 그게 무슨 효과가 있나요?”식으로 묻는 상황. 표정을 관찰해보니 어색함이 묻어나는 웃음으로 보였다.
개인적으로 나이 많은 남자가 젊은 여성 직원에게 의도를 담아 다가가려는 모습으로 보였다. 그런 모습이 나는 좋게 보이진 않았다. 마침 내가 사용하려는 마사지 기구가 그 아재하고 직원 사이에 있어서 그 기구를 사용했다. 그때 여자 직원은 거래처 응대로 잠시 자리를 비웠고 대화는 중단되었다. 마사지 기구를 사용하고 나오면서 그 아재를 봤는데 계속 그 여자 직원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렇게 관심이 많은 건가?” 라는 생각을 하며 잠깐 그 아재를 보다가 샤워하러 갔다.
운동을 마치고 샤워를 하고 나오면서 잠시 아래 내용을 생각했다.
- 나는 저렇게 이성에게 다가가 본 적이 있는가? 저 아재의 행동이 세부적으론 틀렸을지라도? 큰 틀에서 저 행위를 부정해야 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
- 여전히 이성하고의 관계 정립에 어려움을 겪는 내가 저 아재만큼 나이가 들었을 때 달관의 자세로 나갈 수 있을 까? 아니면 그 아재처럼 질척거리는 모습으로 변할까? 두렵다.
- 그럼에도 상대 이성의 표정에서 부담스러움을 읽은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나는 그 부담스러움을 읽고 물러나는 행동을 얼마나 반복해야 이상적인 관계가 생길까?
- 하지만 결국 나는 2번의 행동을 진행해도 그 아재나 똑같아 보여서 자괴감에 빠진다.
타인에게 다가가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는 내 인생 속에서, 얼마나 여러 번 실패 해야 서로 사랑하는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상태가 될 것인가 두려워 하고 있다. 이럴 때 해법은
* 두려워도 계속 다가가고 시도한다.
* 포기를 하면 된다.
그러나 내 인생을 되돌아보면 “포기하고 달관하며 살아도 감정이 무의식 속에서 생기고 있다.”는 상황이다. 사실상 전자의 선택이 강제 되는 현실이다. 물론 내 나름 기준과 신념이 있어서 함부로 행동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쓰레기 같은 행동은 하면 안되고 혹시나 한번 했으면 다시 하지 않으면 되니까.
그러면 계속해서 다가가야 하는 이 상황 속에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내 인생은?
우울해서 억지로 일하고 억지로 사는 것 같은 인생인 지금. 그분에게는 평생 다가갈 수 없는 것일까? 그렇게 또 다시 포기하고 억지로 달관 하고 잊고 살아보려 해보자고 치자. 만약에 잊혀질 시점에 또 다시 사랑하는 감정이(누구든 상관 없음)생기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p.s. 오늘 게임을 하다 돌아오면서 생각해보니, 이미 나는 그분에게 저 아재의 행동이나 다름 없는 행동을 이미 해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어쩌면 저 아재보다 더 못나고 쓰레기 같은 짓을 했다고 그분이 느꼈을 지도 모른다.
이런 내 모습은 심각하게 쓰레기인가? 다가가려고 했음에도? 결국 부담을 줬기 때문에?
도대체 사랑하는 이성에게 다가가는 행동을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하면 부담이 안 생기면서 호감이 생기게 해야 할까?
아니면 진짜 아무 생각 없이 이리저리 마구마구 말을 걸어야 하는 건가? 여자에 미친 새끼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