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살던 동네는, 버스터미널 근처였다. 버스터미널 근처이면서 시내버스 차고지가 있던 동네였다.
태어났을 당시 그 동네의 특정 노선 종점이 우리 동네였고 버스 차고지가 있었다. 지금은 해당 차고지에는 건물이 들어섰고, 그 버스노선은 다른 회사에 매각되어 다른 차고지에 있다고 한다.
지금 사는 도시는 어릴 때 지하철 종점이었다.
지금은 더 북쪽으로 연장되어 더 이상 종점이 아니지만 간혹 가다 중간에 종착하는 열차가 지금 사는 도시까지 가기도 한다.
(이 내용에 대한 TMI를 쓰다보면 매우매우 철도오타쿠 같으니 여기까지만 알아보자. 유튜브 어딘가에 잘 설명한 영상이 있으니 그걸 보는게 적절.)
편도 출퇴근 시간은 집에서 회사 문까지 2시간에, 거리는 무려 48km.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들 중 돈이 가장 잘 벌리는 일자리를 찾기 위해 우여곡절 끝에 일하고 있다. 나름대로 잘 먹고 잘 살고 있기에 경제적인 어려움은 크게 없지만, 정서적으로 여유가 없는 삶이니 되짚어 보면 돈버는 기계 같은 삶이다. 거기에 사람 대하는 것도 항상 좋게 풀릴 수는 없고 위치 상 샌드위치 샌드백인 신세니 더더욱 지랄 맞을 수 밖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유는 잊지 않고 웃음을 잊지 않고 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가끔 힘들어도 주말을 바라보며, 휴일을 바라보며, 퇴근을 바라보며, 내일을 바라보며 살면 되니까.
어느 날 이후로 정신 건강이 이전에 비해 조금 안 좋아졌다. 솔직히 저 위의 개인사는 이젠 아무것도 아니다. 다만 그 아무것도 아닌 정도가 “그 아픔은 진짜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만들어 버릴 정도로 무언가 더디어지기 시작했다. 나름대로 해결을 위해 내 자신을 바꿔보고 이전에 비해 좀 더 나서보고 어떻게든 현실에 집중해보려 노력했다. 첫번째는 성공했으나 두번째는 실패했고 세번째는 답보상태다.
내 인생을 되짚어보면, 부족한 능력에 비해 많은 일들을 만들어 냈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높은 자리까지 가진 않았지만 대신 수평적으로 넓은 영역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마음만 먹으면 더 넓힐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자만으로 보일 진 몰라도 내가 말할 수 있는 이야기와 노하우는 많으니까. 덕분에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이야기를 해봤다고 생각했다.
지금의 어려움은, 절대 아프지 않다. 아니, 사실 많이 아프다. 그러나 언제든지 훌훌 털고 일어날 수 있다. 혹시나 결과만 봤을 때 실패와 아픔과 민폐와 상처만 남아도 언제든지 훌훌 털고 일어날 수 있다. 특정 조건이 포착되면 쿨하게 떠나면 된다. 내 신념을 우선하면 되는 것이니까.
하지만, 이후에 같은 어려움이 반복되어 같은 실패를 반복한다면… 나는 어떻게 될까?
뜬금없이 이 글의 제목이 종점 인생인 이유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저는 “오늘도 하루는 끝났고 내일이 다시 온다.”라는 생각으로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일에는 끝이 있지만 그것은 되짚어 보면 새로운 시작이 되니까요. 운행을 마친 버스와 지하철은 다시 출발지로 되돌아 갈 것이고요. 그러니 언제든지 다시 시작하면 됩니다.
하지만 어려움은 결국 반복할 수 밖에 없고 절대로 쉽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며 어떤 선택을 하던지 간에 실패와 아픔과 민폐와 상처는 다시 생길 수 밖에 없네요.
그리고 그 한계에 다다르면 어떻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