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듯 이런 트윗을 봤다.
나는 지난 20대 내내 연애를 하지 못했다.
그 20대 동안 나는 무엇을 했나 잠시 자신을 돌아보았다.(아래 연도 기준은 한국나이 기준임.)
– 2012년, 20살(만 19세) : 대충 대학교 다님
– 2013년, 21살 : 군대 입대한 훈련병 to 이등병 to 일등병 생활
– 2014년, 22살 : 전역을 할 수 없는 일등병 to 상등병 to 병장 생활
– 2015년, 23살 : 새해를 맞아 전역을 한 병장이 여주 어딘가 공사현장에서 알바
– 2016년, 24살 : 대학교를 복학해서 나름 공부도 하고 동기들하고 놀고 먹고 마시고 다니고 했다. 아르바이트는 용산전자상가에서 손님들 호객 + 컴퓨터 조립 알바를 했다.
– 2017년, 25살 : 대학생활은 2016년하고 비슷했으나 졸업반이라 조금 더 바뻤고 취업을 고민했다. 아르바이트는 4월 말일 부터 의정부 게임빌리지 오락실로 옮겼다.
– 2018년, 26살 : 백수생활 보내다 취업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보자는 의도로 여름부터 직업교육 학원을 국비지원 받아서 다녔다. 겜빌 알바는 중간에 쉬었다가 다시 근무했다.
– 2019년, 27살 : 국비지원 교육기간은 끝나고 의정부 게임빌리지는 폐업하고 한동안 단기알바를 전전하다 8월에 지금 다니는 직장에 취업을 했다. 취업 후 얼마 안 지나서 “그 차단 쇼크”가 터졌다.
– 2020년, 28살 : 취업 한지 얼마 안 지나 코로나가 유행하고 있음에도 출퇴근은 계속되었고, 기어이 어느 대기업에서 의뢰한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야근을 밥 먹듯이 했다.
– 2021년, 29살(만 28세) : 이전의 프로젝트는 어찌해서 마무리했고 열심히 내부개발에 매진했지만 적어도 2020년보단 여유가 있었다.
– 2022년, 30살(만 29세) : 회사일은 이제 익숙해져 가다 슬슬 개발 업무에서 유지보수 업무로 넘어가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오고 있다. 연애에 대한 갈망이 역대 급으로 없던 한 해 였다.
되돌아보면 나름 빡빡하고 충실하게 살았지만, 너무 바른 생활을 실천하는 어린이처럼 살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 그 와중에 고등학생 때 랜선연애가 깨졌음에도 미련이 201n년까지 남아있었으니 더욱이 연애가 눈에 안 들어왔다. 그나마 2017년 쯤 괜찮아 보이던 여자 후배가 보였으나 이미 연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서 초고속으로 마음을 접었고, 2019년엔 “그 차단 쇼크”가 터져서 2년 넘게 죄책감과 우울함에 빠지며 마음고생을 했다. 이 마음 고생한 내용을 타인에게 그나마 제대로 이야기를 푼 것이 불과 한 달 하고도 보름 전이다.
위 트윗에서 이야기 하는 “20대 초반에 연애”에 대해 나이를 잡으면 아마 20살부터 23세까지로 잡을 것이다. 이 때 남자들은 대부분 군대에 있을 나이고 여자들은 신입생 때 내지는 고등학생 때 부터 사귄 연인하고 계속 이어지다 대부분 끝맺음을 경험할 때다. 이후 복학생 오빠들하고 사귀기 시작해서 연인이 이어지거나 끊어지거나 하는게 일반적인 방향일 것이다. 여기서 결혼하냐 마냐가 결정되지만 요즘 한국사회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절반 정도는 결혼을 단념하고 연애만 이어지거나 연애마저도 포기하는 결과로 귀결되는 것 같다.
참고로 저 트윗 작성자의 의도는 “20대 초반 연애율이 과거랑 비교해서 박살났다는 얘기 봐서 진짜 순수하게 궁금해서 썼다”라고 인용할 수 있다. 작성자의 나이가 적어도 20대는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 내용이 사실일 경우 현재 20대 초반을 보내는 사람들(대략 1999 ~ 2004년생)은 연애를 하는 비중이 이전 세대(1989 ~ 1993년 생 및 1994 ~ 1998년 생)에 비해 낮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재밌게 사시네요. 화이팅)
이런 말이 있다.
“놀 땐 놀고 할 땐 하자” – 놀아야 할 땐 잘 놀고 어딘 가에 집중할 땐 집중 해야 한다는 어른들의 한마디. 지금 와선 이게 한국 사회에서 쉬엄쉬엄 놀면서 할 건 다 해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하고 있다. 남들 할 건 다 하면서 놀라는 뜻으로 이해하면 좋을까? 그런데 그 남들 할 것 중 하나가 연애도 포함한다면 나는 한국 사회에서 할 건 다 못하고 있는 것인가?
하지만 저 트윗의 반응을 보면 대부분의 반응은 아래 내용으로 귀결되는 것 같다.
– 덕질 하면서 지낸다
– 게임을 즐기면서 지낸다
– 알바 하면서 지낸다.
– 너무 바쁘게 지내서 연애 생각이 안 난다
– 알바하고 대학과제하고 공부하고 진로계획하고 취업 준비하고 바쁘다
– 운동하고 지내면서 아이돌을 덕질한다(?)
– 전시회도 가고 락 페스티벌도 가고 중간에 나름 연애도 했다
– 연애해서 얻는게 뭔데?
당연한 반응이라 생각한다. 그만큼 자기 자신에게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니까.(그게 생산적이냐 소모적이냐 대한 내용은 여기서 넘어가자. 어쨌든 시간은 지금도 흐르고 있다.) 한편으론 인터넷 상에서는 연애에 대한 관심이 많이 적은 것을 볼 수 있다.
그럼 여기서 나는 왜 연애를 안 했을까에 대해 다시 물어볼까? 솔직해지자.
고등학생 때 랜선 연애 이후 그 랜선 연애를 현실 연애로 살려보려다 상병 때 개같이 멸망한 김요섭 씨. 이후 대학교에 복학해서 새로운 방향을 모색했지만 적어도 나하고 대화했을 때 더 길게 이어지는 것이 어려움을 느꼈다. 한편으론 위 사건으로 인해 이성에게 소심해지면서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러한 결과로 연애 시도의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게 되었지. 스몰 토크도 못해, 위트 있는 사람도 아니야, 하다 못해 꾸미는 것도 그저 그래.
이후 점점 더 소심해지면서 스몰 토크는 여전히 약해(그래도 전보단 나아졌다 자평하지만 부족하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위트 있게 말하는 것도 뭔가 좀 어설퍼, 꾸미는 것도 여전히 그저 그래.
뭘 키워야 할까? 이 세 가지를 다 하는 것은 아마 욕심일 것이다. 나는 여유가 부족한 사람이다.
2023년 12월에 다다른 김요섭 씨, 이제 뭘 해야 할까? 올해를 다시 되돌아보고 지금 처한 상황에 대해 잘 판단해보자.
Q : 에이 뭔 글이 이렇게 김이 새?
R : 죄송합니다. 어릴 때 패기가 이젠 많이 생기지 않습니다. 아이고난1 아이고난2
??? : 근데 이 새끼 글은 원래 두서 없고 노잼 이었음.
p.s. 지금 생각해보면 내 취미가 남들에게 보여지기 싫어하는 성향도 위 인생살이에 한 몫 했을 것이다. 지금 내 상황하고 견주어 생각하면 더더욱.